미국 정부와 핵융합 발전의 관계는 마치 '할까 말까'를 반복하는 지상파 시트콤의 지정학적 버전 같았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둘은 확실히 다시 사귀는 중이다. 헬리온과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FS)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인 CHIPS 및 과학법에 따라 상무부로부터 총 2억 6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법은 자국 반도체 개발에 자금을 대는 법으로, 이번 지원금은 이들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제어하는 데 쓰이는 첨단 반도체 개발에 사용된다. 헬리온은 1억 7,500만 달러를, CFS는 8,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최첨단 에너지'라면 역시 반도체 보조금으로 상자 속 별을 만드는 것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최근 정부 지원금이 그렇듯, 이번에도 조건이 붙는다. 헬리온과 CFS는 그 대가로 정부에 의결권 없는 지분을 주기로 합의했다. 이번 지원으로 핵융합 업계는 마침내 정부의 관심을 끌게 됐지만, 아마도 업계가 상상했던 종류의 관심은 아닐 것이다. 인기 많은 아이에게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숙제를 베껴 자기 이름을 올리려는 경우와 비슷하다.

과거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비희석 자본, 즉 기존 투자자의 지분율을 줄이지 않으면서 회사의 실탄을 늘려주는 자금을 의미했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자신들이 돈을 보태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이런 딜을 좋아했다. 정부는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자금을 풀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부가 승자를 골랐을 때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는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계산을 바꾸려고 밀어붙여 왔다. 벤처 자본가들에게만 재미를 다 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두 회사 모두 지원금 총액은 각사가 조달한 금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CFS는 약 40억 달러를, 헬리온은 32억 달러의 확정 자본으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이번 지원금은 수년간 핵융합 자금을 삭감하고 조금씩 흘려보낸 끝에 미국 정부가 다시 게임에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로서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2억 6천만 달러짜리 '우리 아직 살아있어' 문자 메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양처럼 원자를 융합해 전력을 생산하는 핵융합은 값비싼 사업으로, 희귀 물질과 정교한 컴퓨터 모델링, 복잡한 제조 공정을 필요로 한다. 지난 10년간의 진전은 한 개 이상의 기업이 전력망에 발전소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140억 달러 이상을 걸었던 민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업계 무역단체인 핵융합 산업 협회에 따르면, 그것만으로는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경쟁에서 이기기에 아직 부족하다. 지난해 이 협회는 연방정부에 100억 달러의 일회성 투입을 요청했으며, 그중 54억 달러는 핵융합 스타트업을 위한 것이었다.

CFS는 테크크런치에 "다른 국가들은 상업적 핵융합 산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핵융합 발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국영 지원으로 쏟아붓고 있다"며 "100억 달러 요청은 에너지부의 핵융합 로드맵에 따른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국 국내 핵융합 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CFS는 핵융합 산업 협회 회원사다. 결국 늘 그렇듯, 중국이 이기고 있으니 돈을 보내달라는 얘기다.

최근까지 연방정부는 핵융합에 돈을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이 기술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지급하는 에너지부 프로그램인 '마일스톤 기반 핵융합 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금액은 초라했다. 첫 2년간 지급된 돈은 5천만 달러에 못 미쳤다. 이후 지원금은 조금 더 커졌지만, 핵융합 산업 협회가 요구해온 금액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쳤다. 이제 두 회사가 2억 6천만 달러를 받게 되면서 로비가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계획대로는 아니다. 핵융합 산업 협회가 원했던 연구 예산이 아니라 상무부에서 나왔고, 지분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정책판으로 치면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치즈버거에 케일 사이드가 딸려 나온 격이다.